마음과 손의 우정

동거녀 모시기

궁시렁 궁시렁 2007. 4. 30. 19:36

병원에누워 있는 녀석의 이야기다.


 모처럼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기로 음식점으로 가려는 순간 이 친구 [동거녀]한테 전화를 걸어야 한단다,,


 친구 : 여보세요??!! 거기가 차여사님 댁이슈??  나.. 경로당 허씨 여!!~~


동거녀 : 누구???


친구 : 아~~ 있잖여,,, 경로당의 키 큰 미스터, 허! 라구~~(잘 안 들린다고 하는지, 큰 소리로,,)


동거녀 : 야~~이~ 새끼가 누굴 놀~~려~


친구 : 킥!킥!  어무이,, 난 줄 아는거 보니까,, 컨디션 괜찮구먼,,,나 밥먹고 들어 갈테니,, 혼자 먼저 잡슈수~~


 

야!!  너 지금 누구랑 통화 한거니???


엄마!!


근데,, 말 버릇이 그게 뭐니??


우리 엄만, 말 통하는 사람이 나 밖에 없어,,,,


그래두 그렇지,,, 그리구,, 동거녀는 또 뭐냐??


 

히~히~ 킬킬,,,아, 글쎄 동사무소에 주민등록등본인가, 뭔가를 떼려 동사무소엘 갔었는데,,,


 동 사무소 여직원이 동거인이 한명 계시네요???  그것두 여자 분이시네요???  그러면 [동거녀]가 한분 계시는 셈,이네요??!! 뭐, 그랬단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는 88세 먹은 여자와 동거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부,모, 자, 이혼, 이런 개념의 단어는 호적계에서 쓰는 용어이고,,, 주민등록계에서는 세대, 세대주, 동거, 동거인,,이런 단어를 주로 쓴 곳이란] 아주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 친구는 어머니라는 소리를 잃어 버리고 [동거녀]와 함께 사는 놈이 되어 버렸다 한다...


 

그런데,, 이 동거녀의 상황이 여러가지다...


 치매끼가 좀 있어서 대화하기가 무척 힘들다 한다..


어떤 때는 멀쩡히 잘 있다가도 알듯, 모를듯 한 소리를 해 대는 바람에 50넘은 홀애비 아들과 팔순 노모는 갈라서려는 부부처럼 싸움도 많이 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를 챙겨야 하는 음식수발은 물론이고,, 일 주일에 한번은 꼭 시켜야 하는 목욕까지,,, 그리고 일주일에 이틀은 병원엘 모시고 가야하는 온통 간병인의 생활이다...


 이 동거녀의 심뽀가 매우 고약하단다.. 


바나나도 사다 놓은지 하루가 지나면 껍질이 조금만 거뭇해져도 상했다고 안 드신단다,, 그 앞에서 껍질을 까서 하얀 속살을 보여주면 그때서야 먹을 수 있네 하면서 잘 드신덴다,,,


 

하루는 목욕을 시켜 드리면서,,,"엄마!! 젖 좀 한번 주슈,, "하면서 노인네 가슴으로 입을 내밀었다가,,,갑자기 어느 불한당 놈이 그러느냐며,,, 목욕 안한다고 나간다고 하두 심술을 부리는 바람에 목욕을 하다가 말고 그냥 나온 적도 허다 하단다,,,


저녁 식사를 준비를 하다가 아침에 먹던 미역을 다시 씻어서 올렸다고,, 젓가락으로 스으윽~~ 옆으로 밀어 놓으면서,, 너, 이 에미 빨리 죽으라고 이러는 거지??  그런덴다,,,,


 

처음엔 이런 거 때문에 무진장 신경질내고,, 삐지고,, 싸우고,, 그랬단다,,,


늙으면 애들이 된다는 차원을 넘어서 치매환자의 변덕은 지 아무리 효자래도, 효자, 할애비라도 그 변죽을 못 맞춘다는 거다,,,,, 하기사 정상이 아닌 사람에게 정상의 눈으로 보고, 들으면 서로 통화가 안된다,,,


그럴땐,, 그냥 가만히 지켜보다가 치매기가 가라 앉아야 모든게 가능 하단다,,


 

이 친구는 주위의 사람들이 자기를 효자라고 한다는 소리에 돌아 삔단다...


 

언젠가,, 나한테 그냥 죽어 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정말로 엄마 때문에 못 그려겠단다,,


그 친구도 나름대로 괴롭히는 지병이 있다,,,


 

그 친군 나한테 안락사에 대해서 많이 물어 보았고,,, 그 눔은 그게 정말로 필요하다고 혼자 굳게 믿는 놈이다,,,


 

얼마전 병원에 가서 보니까,, 그 눔이 가끔 지나가는 소리로,,,,


 

[엄마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했으면 좋겠다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는,,, 아주 작은 숨소리로  [엄마 데리고 병원에 안 가니,,,무진장 좋다고,,,] 그러는 것 같았다..


 

부잣집 사모님에다가,,,그 동네에서는 그래도 한가닥 한다고 설쳐댄 그 기라성  같았던 친구는 더 이상 병들고 초라한,, 치매에 걸닌 부잣집 사모님도,, 한 가락 했다는 왕년의 거시기도 아닌 그들이 되어있다....


 


시간은 그래도 흐른다,,, 벌써 계절의 여왕 5월이다,,,,세상은 저만치 혼자 가는데,, 내 한 친구라는 놈은


계속해서 꿈 속에서 헤메고 있다...난, 그걸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이렇게  궁시렁거리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