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손의 우정

곤줄박이 구출작전

궁시렁 궁시렁 2009. 4. 12. 18:25

 

 산사에 살다보면 도회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지난 겨울부터 산신각에서 참선을 하고 앉아 있을 즈음, 천장에 곤줄박이 새 한마리가 나를 유심히 내려다 보곤 하면서, 때론 참선이 시원치 않음을 아는 것처럼 바닥에다 오물을 내려 쏟아 놓곤, 했던 이 동자 곤줄박이가 요즈음엔 아예 나를 따라 와서는 우리집 베란다 처마속에다 집을 지었는지 아침부터 창가에서 처마밑으로 일정한 행동반경을 그리며 재잘대고 있다.

 

며칠전에는 유리창에 부딪혀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메좁쌀로 찾아와 주는 손님치례를 해 주었더니만, 요샌 아예 지네집 들락거리듯 창문이며 베란다 안에며 아주 한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다.

 

근데,,, 오늘아침, 매일 집을 지으며, (솔로로 있는 나를 약올리기라도 하는 듯) 연실 사랑을 나누며, 짹! 짹!되던 곤줄박이 한쌍이

( 요 놈들은 한번에 10번 부터 15번 정도의 그 짓을 한다,,,하는걸 보면 사람보다도 더 찐하게 아주 멋진 폼으로 인간들이 하는 포르노보다 더 삼삼하게 한다. 춘정이란게 참으로 모든 동,식물들에게 종족본능의 원초적 행위를 즐기게 하는데,,,이 몸은 괜스레 짜증만 나고 새들이 나누는 사랑의 행위에 질투나 내고, 무슨 관음증 환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외롭다 못해 신경질이나 내고 있다,,

허~~허~~) 

 

짹! 짹!되던 곤줄박이 한쌍이 한놈은 어디가고 한놈만 나뭇가지에서 짹짹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으례 놀러와서 그런줄 알고, 창가에다 먹이만 놓아두고 밭에 정리를 하려 갔다. 한시간만에 돌아 왔는데 그때까지도 한마리만 짹짹거리고 있는지라,,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데 어디서 새 퍼득이는 소리가 나는 것같았다, 다름아닌 유리창 틈새에서,,,

곰곰히 소리나는 곳을 찾아보니, 처마밑 구멍으로 들락거리는 샷시 끝부분이 비어 있는 홈통으로 떨어저 샷시 홈통에서 새가 퍼득이는 소리가 들렸다...다시말해 처마밑으로 들락거리던 곤줄박이가 그 홈통으로 떨어져 버린 거다...

 

아뿔싸~~~ 이를 우짜면 존노???

마침 샷시 맨 밑턱에 나사를 박으려다 안박은 작은 나사구멍이 있었다. 도라이버, 망치, 전지가위, 빠루, 뻰치,,등,등 별로무 공구는 있는데로 가지고 와서 샷시 밑구멍을 뜯어 내는데, 안에 있는 곤줄박이가 소리에 놀래 기절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그야말로 대규모 공사에 임금님 침소라도 고치는 것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신중에 신중을 더하야 작업을 해나갔다.

그런데 밑에서 나오는 건 이전에 빠져 죽은 새들의 시체가 깃털만 남아 있는 것이, 대여섯마리는 됨짓한 잔해가 나왔다.

그 시체들의 잔해를 끄집어 내자 우리 곤줄박이 다리가 보이기 시작하고는 아주 작은 구멍이 생기자 이놈이 머리를 삐죽 내미는 것이 아닌가,,,구멍이 너무 작아 곤줄박이가 몸이 꽉 끼었다. 손으로 잡아서 빼 줄때까지 가만히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손으로 살며시 잡아 당겨 빼주자 후루룩~~저 멀리 죽을 힘을 다해 날아갔다.

 

한 두시간만 지났어도 우리 식구가 되어버린 곤줄박이는 죽었을거다.

이곳에 와서 장한 일 하나를 한 것 같다.

오후가 되니까 이넘들이 두마리가 한쌍이 되어서 창가에 모이를 먹으러 왔다.

난,  오늘 흥부가 된 기분이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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