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에 대하여
내 젊었던 청년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연애편지를 써 봤을 것이다.
나도 연애편지라는 걸 제법 써 본 놈이다.
그런데 이놈의 연애편지라는 것이 어찌나 흉물스러운 것인가 하면
밤새도록 쓰다가는 찢고, 찢고 나서는 또 쓰고, 결국 어느 정도 가서는 포기하고 만다. 겨우 겨우 완성을 해 놓은 것이 있을 때에는, 이번에는 보낸 것이 별루 없다.
이놈의 연애편지는 한 번에 끝을 내야지 그렇지 않고는 절대로 완성하지를 못하는 작문이다.
설령 또, 썼다하면 바로 봉투에 넣어서 풀칠을 하고 우표까지 붙여 놔야지 되지, 그렇지 않고는 절대 또 보내질 못한다.
왜냐면, 밤새워 멋있는 문장, 멋있는 글귀, 남의 멋진 시 귀까지도 도용을 해 가지고 열심히, 열심히 썼는데, 그걸 그 다음날 아침에 읽어 보면 정말로 유치해서 도저히 보내지 못한다.
그렇게 봉함이 되어 있질 않은 편지는 천기가 누설 된 것 처럼 절대로 그 효용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한 차원 더 높은 가치를 요구 받고는 그 스스로 생명을 다 하여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만다.
밤새워 낑낑거리며 무진장 폼 나게 써 놨다고 자부하던 마지막 글귀도 아침의 햇살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진다.
연애편지는 밤에만 폼이 나지 낮에는 정말 엉망인 글이 되고 만다.
그래서 연애라는 단어는 밤에만 어울리는 단어인지도 모른다.
사랑도 밤에만 하지 않던가?
어떻든 연애편지란 놈은 괴물 같아서 즉시 바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몇날 며칠을 고생해야 만들어 지는 도자기 같은 그런 유형의 것이다.
그래서 예전의 어른들은 연애도 공 드리는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했는가 보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 친구들 연애는 번갯불에 콩 볶듯 한다.
편지는 무슨 놈의 편지, 컴퓨터의 메일을 이용하다가 그것도 복잡타고 휴대폰의 문자로 겨우 몇 마디로 다 한다. 폼 나는 문장 뭐, 이런 건 없고 그저 빠르기만 하다.
혹시 잘못 전달되는 내용은 없을까? 고민 할 시간도 없다. 멋 부리고 다듬고 요리재고 조리 재는 은밀한 묘미도 없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럼에도 요즈음 젊은이들은 어쩌면 그렇게 빠르고 쉽게 자기의 의사를 오매불망한 속마음을 그리도 잘 표현 하는지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연애편지란 자고로 한 20번쯤 썼다가 그중 한 놈을 골라 보내는 것이라야 어쩌면 진짜 연애편지라 할 수 있는 게다.
문자 몇 개로 다 표현한다는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요즈음 아이들에게 배울게 많기는 하지만 이 연애편지 쓰는 건 배우고 싶지 않다. 우리때 연애편지가 훨씬 났고 정감도 좋다.
요즈음 아이들은 논술 시험이란게 있는 모양인데 이런 걸 일부러 돈 들여서 학원에 가서 따로 배우고 그런다 한다.
차라리 연애편지 쓰기를 훈련시키면 이런 문제는 금방 해결될지도 모른다.
글쓰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마음 고생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사모하는 마음의 안타까움이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겠지만 연애편지에 관한 한 옛날 방식이 더 좋으니 한번 따라 해 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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